[기고-박용호] 소 브루셀라병 근절할 수 있다

입력 2011-04-25 17:55


정부의 백신접종 정책과 감염동물의 신속한 처리로 구제역 발생이 가라앉으면서 폐쇄된 가축시장도 다시 개장되어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남 담양, 경기도 안성 지역에서 소 브루셀라병이 발생해 동물 질병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 브루셀라병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며, 전파력이 높은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에 의해 주로 유산·조산 등을 일으켜 축산농가에 경제적 피해를 주는 질병으로 소 양 사슴 등에 감염된다. 사람에게는 두통, 발열, 오한 등 감기와 유사한 초기증상을 나타내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사람 간에는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축산업과 관련된 농민, 수의사, 인공수정사, 방역요원 등 동물과 직접 접촉하는 사람에게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 수입된 젖소에서 브루셀라병이 처음 검색됐으며, 199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발생을 보이다 2000년 이후 다소 증가됐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 국가 방역 대책을 강화해 전국의 모든 소를 대상으로 매년 정기 검진을 실시, 감염우를 색출·제거하고 있으며 거래되는 소에 대해서는 브루셀라병 검사증명서를 휴대토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방역정책에 힘입어 소 브루셀라병 양성률은 2006년 2.18%에서 2010년 0.34%로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람의 브루셀라병 감염도 2006년 215명, 2008년 58명, 2010년 31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까지 브루셀라병을 완전히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방역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등 축산 선진국에서 40∼50년간의 강력한 근절정책에 의해 성공한 사례에서 보듯 철저한 검색 및 양성축 제거가 매우 중요한 방역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전남 담양에서 한우 127마리가 브루셀라병 양성으로 판정된 것은 지난해부터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한 이동통제 때문에 그동안 검진 사업을 하지 못했던 농가 중 유산이 발생했던 농가를 우선 검사함으로써 브루셀라병 양성우를 신속히 색출해낸 것으로 더 이상 다른 농가로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구제역으로 브루셀라병 검색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선 방역기관에서 브루셀라병 근절을 위해 검진을 신속히 재개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검진을 강화함으로써 브루셀라병 양성 두수가 일시적으로 증가될 수는 있지만 이것은 향후 우리나라에서의 브루셀라병 근절에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정부는 브루셀라병 근절을 위한 방역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최초로 인정한 브루셀라병 표준 실험실이다. 우리의 방역 기술과 농가의 방역 노력이 합쳐진다면 브루셀라병을 완전히 근절하는 날은 일찍 다가올 것이다.

박용호 서울대 교수 수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