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치추적 애플, 침묵으로 뭉갤 일 아니다
입력 2011-04-25 17:53
어느 기혼 직장인이 아이폰을 잃어버렸다고 치자. 암호화 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위치정보를 알 수 있다. 만일 스마트폰 소지자가 심야에 모텔촌 주변을 지났다면 곤욕에 처할 수 있다. 불륜 혐의로 협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윤리의 문제를 넘어 중대한 사생활 침해이자 범죄에 단서를 제공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위치정보가 축적되지 않는 데다 정보도 암호화되어 있어 사정이 다르다. 이에 비해 애플사의 아이폰은 사전 동의 없이 1초, 30m 단위로 위치정보가 저장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동선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것이다. 빅 브러더를 손에 끼고 있었던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애플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애플 본사가 어떤 이유로, 얼마나 많은 위치정보를 저장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애플은 2007년 6월 첫 아이폰을 선보인 이래 올해 3월까지 세계 88개국에서 1억8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기업의 판매망을 활용했으니 위치추적으로 인한 불안감도 전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가 위치정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애플사의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 방송통신위원회도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애플코리아에 질의서를 보내고 사생활 침해와 관련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스마트폰의 미래는 장밋빛 일색이었다. 새로운 기술에 취해 그 속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를 잊고 지냈다. 위치추적도 범인을 쫓을 때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활용될 줄 알았다. 그러나 아이폰을 구입하는 동시에 사생활이 노출됐다. 미디어 비평가 닐 포스트먼은 기술이 권위를 대체하는 상황을 ‘테크노폴리’로 명명했다. 인간이 기술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는 첫 번째 관문이 위치추적 문제라고 보고 사태의 전개과정을 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