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 80 사회’ 고착화 막아야

입력 2011-04-25 17:59

독일의 저널리스트 한스 페터 마르틴과 하랄트 슈만은 ‘세계화의 덫’(1997)에서 전 세계가 20%의 부유층과 80% 빈곤층으로 양분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른바 ‘20대 80의 세계’가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빚어지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25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득격차도 그같이 전개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자영업자의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상위 20%의 1인당 소득금액은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10년 새 55%나 늘었으나 같은 기간 하위 20%는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54% 급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의 소득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이다.

2009년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총 소득신고금액은 약 90조원이었다. 이 가운데 상위 20%의 소득은 약 64조원으로 전체의 71.4%다. 반면 상위 40∼60% 소득자는 7.7%, 60∼80%는 4.3%, 하위 20%는 1.6%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소득 중 3분의 2 이상을 상위 20%가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급여소득자의 소득 쏠림 현상은 자영업자의 경우보다 덜 심각하나 크게 다르지 않다. 2009년 근로소득세를 납부한 연말정산자의 총 급여액은 약 316조원인데, 이 중 상위 20% 소득자의 총 급여액은 약 131조원으로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20%는 약 25조원으로 전체의 8%였다. 해마다 급여소득자의 상위 20% 소득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자영업자의 경우와 비슷하다.

자유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일의 성과만큼 대가를 얻기에 그 과정에서 소득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배경이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에 대한 차별적 정책 지원이나, 군소자영업자 사업영역까지 대기업의 확장을 정부가 방조한 결과라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20대 80’의 고착화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를 빈곤층으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기회의 다양성까지 가로막아 공동체 자체를 피폐하게 할 뿐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 내수·중소기업 지원, 복지체계 구축 등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틀을 재점검해 ‘20대 80’의 출현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