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긴급 차량 우선하는 교통문화 만들려면
입력 2011-04-25 17:56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의 앞길을 터주지 않으면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경찰청은 긴급 차량의 우선 통행 등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된다고 25일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처벌 조항이 있으나 사문화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전 예고 없이 출동하는 긴급 차량에 길을 양보하지 않는 운전자를 교통경찰이 단속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CCTV나 긴급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에 촬영된 화면을 근거로 과태료를 물리게 된다. 현재보다 실효성이 커지게 됐다.
화재나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긴급 차량이 골든 타임(golden time)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소방 당국은 강조한다. 늦어도 화재 현장에는 5분 이내, 응급환자에게는 4∼6분 이내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다르다. 2009년 구급차의 4분 이내 현장 도착률은 32.8%, 최근 5년간 소방차의 5분 이내 현장 도착률은 62.8%에 불과하다.
화재를 초기에 진화하거나 응급환자를 살리려면 촌각을 다퉈야 하는데도 우리 교통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긴급 차량이 오는데도 길을 비켜주지 않거나 심지어 긴급 차량 앞으로 끼어드는 운전자들도 있다. 긴급 차량이 지나가면 곧바로 뒤를 따르는 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50m 안에서 긴급 차량을 뒤따를 경우 벌금을 물리는 캐나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소방서가 길을 양보한 운전자를 찾아 표창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제는 후진적인 교통 문화와 시민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운전자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소중한 이웃의 생명을 살리고, 재산을 지킬 수 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정착시킬 때가 됐다. 차제에 긴급 차량 운행에 장애가 되는 야간 불법 주정차 문제도 해결돼야 할 것이다. 긴급 차량 운전자들은 무분별하게 사이렌을 울리고, 다른 용도로 운행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