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민간구조단, 저소득층 5367가구 보금자리 고쳐줘

입력 2011-04-25 17:44


(15) 김포공항 주유소 김한수 대표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는 1갤런(3.78ℓ) 이상 헌혈한 사람의 모임인 ‘원갤러너스클럽’에서 시작됐다. 원갤러너스클럽 회원들은 인추협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90년 10월 국내 2호 사회단체로 등록해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95년 6월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민간인 30여명이 그해 7월 인추협 내에 새로운 봉사조직인 민간구조단을 만들기로 했다. 도시개발 사업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위해서다.

삼풍백화점 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공무원 박희석(56)씨가 주도했다. 박씨는 함께 구조활동을 벌였던 민간구조대원들과 서울 구기동과 난곡동 일대 쪽방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의 집을 수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민간구조단은 설립 초기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단원들은 매주 주말 쪽방촌을 찾아 구들장을 새로 놓고, 비가 새는 지붕과 외풍이 심한 문틀을 갈았다. 단원 대부분이 보일러기능공, 목수, 철근공, 도배공 등이어서 일은 수월했다. 집수리에 들어가는 자재는 봉사단원이 자신의 가게에서 가져왔다.

초대 민간구조단장을 맡았던 고진광(56)씨는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이 여름이면 비가 새고 겨울이면 찬바람이 들어오는 좁은 방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주말이면 단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나와 소외된 이웃과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체는 번창했다. 지붕과 문틀 등 간단한 보수작업이 보일러 교체, 공용 화장실 설치 등 중형 공사로까지 확대됐다. 30여명의 봉사단은 100여명으로 늘어났고 공사 자재를 사달라며 기부금을 내는 회원도 600여명으로 증가했다. 민간구조단은 지난 16년간 5367가구의 집을 고쳤다.

민간구조단은 지난 16일에도 서울 창신동 판자촌에 사는 이옥행(92) 할머니의 집에 기름보일러를 새로 놓고 다 헐어 무너질 것 같았던 창틀을 수리했다. 이 할머니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바닥에서 겨울을 수십년이나 보냈다”며 “민간구조단 덕택에 따뜻한 방바닥을 만져볼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고씨는 “할머니가 봉사대원 한사람 한사람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울먹여 가슴이 먹먹했다”며 “대한민국의 기틀을 닦았던 분들이 대접받지 못한 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