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서 임무 완수한 최영진 유엔특별대표 “내전 마지막 2주간은 지하벙커에서 버텼지요”
입력 2011-04-24 19:41
“내가 맡은 임무는 많았지만 그중에서 실패해도 되는 건 없었다. 모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대통령 선거를 맞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파견된 최영진 유엔 특별대표가 여러 위험 속에 임무를 완수하고 뉴욕에 잠시 들렀다.
현지에서 최 대표의 임무는 부담스러울 만큼 많았다. 코트디부아르 평화유지, 민간인 보호, 정전협정 준수부터 선거인증, 여권보호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 나라 헌법기관이 해야 할 온갖 임무를 한몸에 짊어져야 했다고 최 대표는 밝혔다.
그는 코트디부아르 내전은 마무리된 것으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대선 결과에 불복하던 그바그보 대통령이 체포돼 억류 중이니 내전은 끝난 것”이라면서 “내전에서 승리한 와타라 측에서 보복을 할 우려가 있었고 주민들 간에도 편이 갈려 반목할 위험이 있었는데 다행히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바그보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받게 될 것이다. 전쟁범죄, 반인도적범죄 혐의가 있다고 평화유지군 측은 주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임무 완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상대방은 물불을 안 가리는데 평화유지군은 먼저 공격을 해서도 안 되고 중화기를 쓸 수도 없었어요. 내전에 개입할 수도 없었고요. 실제로 병력도 많지 않았어요. 그바그보 측에서 민간인 살상, 대사관 공격 등으로 계속 무리수를 두자 유엔군과 현지 주둔 프랑스군의 공격 명분이 섰죠.”
최 대표는 위험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내전 마지막 2주간은 저격병의 사격이 심해 지하 벙커에서 각국의 야전식량을 먹으며 버텼다. 나갈 때는 장갑차나 방탄차를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대표를 계속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코트디부아르가 안정을 찾아 경제 재건을 하는 것을 좀더 지켜볼지, 이제 임무를 정리할지에 대해 반 총장과 상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