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40% 저소득층, 번 돈만큼 카드론 쓴다

입력 2011-04-24 19:25


‘연간 최대 1270만원을 벌고 평균 1071만원의 카드론을 쓴다.’

우리나라 소득수준 하위 40% 저소득층의 평균 카드론 이용액이 상위 20% 고소득층의 이용액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에 이어 외국계 은행까지 카드업 분사를 검토하는 등 카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24일 산은경제연구소가 통계청의 ‘2010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카드론을 사용한 572가구(5.7%) 가운데 하위 40% 저소득층(연간 가처분소득 1270만원 이하)의 평균 카드론 실적이 107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각종 세금과 이자 지급 등의 세외 부담을 뺀 개인의 연간소득(가처분소득)에 육박하는 카드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이는 연간 가처분소득이 6226만원 이상인 상위 20% 고소득층의 카드론 사용액 714만원보다 많은 수치다.

특히 하위 20% 가구의 경우 평균 담보대출은 538만원, 신용대출은 349만원에 그치는 반면 카드론 이용액은 170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쓸 수 있는 돈보다 카드 빚이 더 큰 셈이다. 실제 이들의 대환대출(빚을 내 또 다른 빚을 갚는 것)이 가구당 717만원에 달해 사실상 카드 연체상태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20% 고소득층의 경우 평균 담보·신용대출이 각각 약 8300만원, 4057만원인 반면 카드론 사용액은 714만원에 불과했다. 담보·신용대출이 한도에 달했거나 급전이 필요할 경우에만 카드론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펴면서 카드사들이 카드론 대출을 확대하려고 해 ‘카드 대란’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가 분사한 데 이어 우리카드, NH카드 분사도 추진되고 있다. 또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도 카드사업부를 분리, 홈플러스와 합작 카드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은경제연구소 전용식 수석연구원은 “카드론 시장은 카드사에는 기회일 수 있으나 가계부실 문제를 촉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도 상존하고 있다”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접근 수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