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선물 투자했다 1000억원대 손실… 범법 사실 없다지만 꼬리 문 ‘의혹’ 확산

입력 2011-04-24 22:01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10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4일 “다른 기관(국세청)에서 SK그룹 관련 세무조사를 하다가 최 회장이 1000억원대 선물투자 손실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시작된 SK텔레콤 등 SK 계열사 및 관련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최 회장의 투자 손실 문제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은 최 회장 등 주요 주주에 대한 주식변동 조사를 비롯해 비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는 “범법 사실이 확인된 것이 없기 때문에 내사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내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확인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세청과 FIU는 일단 “조사 여부와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SK그룹이 선물투자와 악연이 있는 것도 화제다. 2004년에도 당시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8000억원가량의 회사자금을 이사회 의결 없이 임의로 해외 선물에 투자했다가 90% 이상 손실을 보고 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 당시 손 회장이 ㈜SK 회장이던 최 회장과 교감 속에 선물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선물투자는 주식이나 원자재, 외환 등을 미래의 일정한 시기에 특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거래로 크게 돈을 벌거나 손해를 볼 수 있어 투기성이 강하며, 일각에서는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손실 규모가 1000억원대로 상당히 큰 점에 비춰 국내 시장보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훨씬 큰 금이나 원유 등 해외 상품선물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증권사의 한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금이나 원유 등 해외 상품선물은 최대 30배까지 레버리지를 낼 수 있다”며 “쉽게 말해 1억원 투자로 30억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국내에서도 선물 투자로 1400억원을 번 사람이 있었는데, 그러면 반대로 잃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아니라 해외 시장 쪽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밝혀진 최 회장과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의 지난 2월 서울 청담동 술자리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술자리에서 최 회장의 1000억원대 선물 손실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도 나온다. 그러나 정 수석은 “고려대 동기동창인 최 회장과의 사적인 모임이었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관계자가 최 회장의 선물투자 사실을 고의적으로 언론에 흘린 배경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에 머물고 있는 최 회장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귀국할 예정이다.

맹경환 남도영 백민정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