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엄기영, 부정선거 논란 잠재우기 부심… ‘주말 표심 흔들릴라’ 총력

입력 2011-04-24 21:28


강원지사 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4일,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는 춘천과 원주를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22일 터진 ‘강릉 콜센터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대형 악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밝은 모습이었다.

엄 후보는 오전 5시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부활절 기념예배에 참석한 뒤 춘천고 등산대회, 게이트볼 친목회 등에 들러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춘천 최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으로 이동했다. 손님이 눈에 띄지 않는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그는 “재래시장을 살리겠습니다”라고 외치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상인들은 “꼭 지사가 돼서 이명박 대통령을 많이 도와주세요” “춘천을 살릴 분은 엄 후보뿐입니다”라며 대체로 반겼지만 더러 ‘까칠’한 반응도 나왔다. 모자를 팔던 한 상인은 엄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불법 선거운동 건으로) 난리가 났던데 잘 좀 하시라”며 혀를 찼다. 머쓱해진 엄 후보는 “열심히 할 테니 한번 일하게 해주세요”라며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엄 후보에게 기자가 불법 선거운동 논란을 묻자 “우리와 최문순 후보 측, 그리고 도민들 모두 냉철해져야 되지 않겠느냐. 사법 당국 조사 결과를 갖고 얘기해야 되는데 최 후보 측에서 지나치게 정략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권자들 앞에서는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속내가 엿보였다.

엄 후보는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동권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중부권 삼성 메디슨 투자 계획 발표에 이은 강원지역 일자리 창출 공약 2탄인 셈이다. 그는 “강릉에 국제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고 경포현대호텔을 국제적 프리미엄급 호텔로 신축하겠다”며 “현대중공업 정몽준 회장으로부터 투자 확대 약속을 받아냈다”고 강조했다. 회견 중 강릉 콜센터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엄 후보는 “오늘 뉴스를 못 봐서 상황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황영철 강원도선대위원장이 나서서 “엄 후보 측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진상조사단이 강원경찰청과 검찰청에 가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회견을 마치고 다시 원주로 이동한 엄 후보는 중앙로 문화의거리, 단구동 스타월드 건물 인근 등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가서 지지를 호소했다. 엄 후보 측 관계자는 “앵커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엄 후보는 젊은 유권자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후보다. 일자리 창출론으로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춘천=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