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100일] 터키식? 이란식?… 향후 통치 체제 주목

입력 2011-04-24 18:58


중동과 아프리카 독재자들이 하나둘 축출되면서 향후 통치체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크게 터키와 이란이 고려되는 사례로 꼽힌다.

◇터키 모델이 이상적=튀니지의 미래상으로는 터키식 민주화 모델이 많이 거론된다. 터키 모델은 정경분리와 세속주의로 정의된다. 이슬람교의 현실정치 개입에 거리를 두면서 민주적 선거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다.

튀니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엔나흐다의 창립자 라체드 간추치는 지난 2월 터키 아나톨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이슬람과 현대의 성공적인 결합을 만들어 냈다”면서 터키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모두 세속주의를 표방해왔다. 독재체제였지만 국민들은 서구식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여성의 권리도 다른 아랍권 국가와 달리 보장된 편이었다. 때문에 터키 모델에 대한 이질감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터키 모델을 선호한다. 이슬람 원리주의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중동 관계를 풀어나가기 한결 수월해서다. 외신이 터키 모델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란 모델 가능성도=이번 민주화 혼란기를 틈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속주의 정권이 이슬람 종교 세력을 철저히 억압해 왔다는 점에서 조직 재정비와 권력 창출의 더 없는 호기로 여길 수 있다.

이슬람 근본세력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은 친미성향의 이란 팔레비 왕조를 몰아내고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정권을 잡은 1979년의 이란 혁명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서방 국가들로서는 매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미국 등 서방 주요국들의 간섭도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속주의 정권에서 억압받았던 이들 세력이 복수정당이 있는 민주주의를 수용해 무장투쟁 금지, 여성권리 향상 등을 지향하는 합법 정당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질 케펠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알카에다 같은 과격한 투쟁파가 패배하고, 민주적 현실에 적응하는 이슬람 운동이 승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세력은 혼란기에 온건한 모습을 보이다가 정권을 잡으면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어 미리 진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제3의 길’ 가능성도=한국이나 미얀마처럼 군부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집트에는 혁명 이후 ‘영웅’ 칭송을 받던 군부가 최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집트 군사재판소는 지난 11일 군을 모욕하는 내용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26세 남성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한때 혁명동지였던 군과 국민은 이제 갈등관계로 바뀌고 있다.

재스민 혁명에서 비롯된 아랍권의 혁명이 아래로부터의 혁명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아랍 젊은층이 시위를 주도했거나 시위 중심을 구축하고 있다. 재스민 혁명의 도화선도 한 노점상의 억울한 죽음이었다. 치솟는 실업률,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중동 경제 악화가 혁명에 불을 붙였고, 불길이 어디로 어떻게 번질지 속단하기 어렵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