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100일] 통일예멘 첫 국가수반… 1월 ‘종신집권’ 꾸미다 역풍
입력 2011-04-24 21:33
백기 든 살레 대통령… 예멘의 앞날은
30일 내 퇴진을 약속한 알리 압둘라 살레(69) 예멘 대통령은 군 출신 독재자로 1978년부터 예멘을 통치했다. 예멘 여야는 걸프협력회의(GCC) 중재안 수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한동안 세부 사항을 두고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살레는 군 출신 독재자=살레는 1978년 아메드 알가시미 북예멘 대통령이 암살된 뒤 의회에 의해 대통령으로 지명됐다. 유력 부족인 하셰드족 출신이지만 초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열 여섯 살 때인 1958년 입대해 1963년 소위 계급장을 달았고 1977년 장군이 됐다.
1990년 군사력을 우위로 남예멘을 흡수통일한 뒤 통일 예멘의 첫 국가수반이 됐다. 남예멘 세력과 불화로 빚어진 내전에서도 승리해 명실상부한 통일을 이룩했다. 1999년 첫 직선제 대선에서 득표율 96.2%로 대통령이 됐다. 대선 승리 뒤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했다. 2002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가 마음을 바꿔 2006년 대선에 출마해 77.2% 득표로 당선됐다. 지난 1월 종신 집권을 추진한 일이 민심을 잃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반정부 시위대 입장이 변수=예멘 정국은 ‘살레 선(先)퇴진’을 둘러싸고 한동안 갈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은 대통령이 먼저 퇴진해야 통합정부 구성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회당(GPC)은 GCC중재안을 들어 통합정부 구성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재안은 집권당 지분으로 50%를 보장하고 있다.
학생과 서민이 중심인 반정부 시위대의 입장도 변수다. 이들은 살레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 조직의 하나인 ‘청년운동’은 “살레는 시위대 살해와 부정부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어떤 안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권력 이양 속도 빠를 듯=중재안과 관련한 세부 갈등이 해소될 경우 권력 이양은 튀니지와 이집트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중재안은 60일 내 대통령 선거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빠른 권력 이양을 바라고 있다. 미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빠르게(swiftly) 권력 이양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예멘이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신흥 거점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은 예멘의 정국 불안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다. 미국이 권력 이양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군 출신 인사의 집권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살레에게 등을 돌려 국면을 결정적으로 전환한 사람은 유력 하셰드 부족 출신 장군인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소장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