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몰라서 못들고 알고도 납입부담에 가입 기피

입력 2011-04-24 21:40


노동硏, 영세사업자·근로자 심층면접

한국노동연구원은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와 함께 지난해 6∼8월 전국의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사업주 9명과 근로자 39명을 심층 면접했다. 면접 결과는 최근 출간된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방안’ 보고서에 실렸다.

◇고용보험 가입회피 실태=“제가 전에 다녔던 직장의 사장은 직원들의 4대 보험료를 내다가 말고, 직원에게는 원천징수를 하고서는 안 내더라고요.”(사업주 L씨)

“용역업체 사람들 다 4대 보험 안 들어 있어요. 용역회사에서 회사 신고(사업자등록)를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돈 내는 문제 때문에 계속 상호를 바꾼다고 하던데요.”(근로자 J씨)

“4대 보험을 해 주지 않아 괘씸해서 신고하려고 마음먹다가 그래도 몇 년 동안 얼굴 보고 일했던 것이 있어서 참기로 했지요.”(근로자 S씨)

고용보험료 납입 실적이 없어도 법률상 가입대상인 1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면 피보험자격 확인청구와 수급자격(6개월 이상 근무 등) 인정을 통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영세사업장 근로자 대부분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데도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 특히 알더라도 S씨처럼 사업주를 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보험 성립신고를 기피하는 사업주가 적발되면 체납보험료와 가산금, 연체금, 과태료를 부과한다.

“미가입 사업장은 거의 없고 가입은 했는데 일부 직원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식당은 거의 100%가 소득신고를 적게 합니다.”(사업주 B씨)

“한국인 한 사람만 가입하고 나머지 중국인 종업원은 가입하지 않았어요.”(사업주 H씨)

영세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미가입 또는 부분 가입하는 수법이 확산되고 있다. 숙박업, 음식업 등에서는 급여를 현찰로만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가 적용제외 근로형태를 의도적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학원 강사,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등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고용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이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가입회피에 해당된다.

◇근로자의 묵인과 인식 부족=저임금 근로자인 경우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서 보험료를 내지 않는 대신 임금이 조금 더 높은 것에 만족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일용직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하기도 어렵지만, 가능해도 노동자 스스로 원하지 않는 수도 있다.

“지금 300만원 받아서 40여만원 떼면 당장 생활하기가 벅차거든요.”(K씨)

젊을수록 고용보험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부족해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만약 정보만 정확했다면 가입했을 것”이라고 말한 근로자가 많았다. 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가진 경우, 특히 여성은 남편이나 아버지의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기여회피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만 별도로 들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고용보험하고 산재만 따로 들게 돼 있는 것은 처음 들어요.”(근로자 Y씨)

가사·육아와 직장이 너무 멀어서 그만둘 경우 자발적 이직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구시대적 경영관을 가진 사업주도 많다. “식당 사업주들은 세금하고 4대 보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요. ‘뭔 세금이 다달이 나와’ ‘나라가 뺏는다더라. 나는 늙을 때 못 받는데 왜 내냐?’면서 욕을 하죠.”(세무사 B씨)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