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곤두박질… 물가불안은 여전
입력 2011-04-25 00:59
지난 23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상품) 한 망(10㎏·3포기)은 5258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날 거래가격(1만2243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대형마트 배추 가격은 포기당 2000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물론 평년(5년 평균가격)보다도 낮아진 상태다.
물가 상승세를 주도해 왔던 농산물 가격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봄 들어 날씨가 정상화되면서 봄배추를 비롯한 채소류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커피, 과자류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 데다 외식비 등 각종 서비스요금 인상도 확산되는 추세여서 체감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2일 배추 포기당 가격은 2449원으로 평년보다 28.8%나 낮았다.
대파 1㎏ 가격이 46% 하락한 것을 비롯해 양파(-42.8%) 풋고추(-39.7%) 호박(-30.4%) 깻잎(-14.4%) 시금치(-14.3%) 등 대부분 채소류 가격이 지난달보다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는 물론 평년보다 낮아진 것도 많다. 홈플러스 채소팀 문광식 과장은 “다음 달 노지 봄배추까지 나오면 배추 물량은 지난해보다 40% 늘어나고 가격은 40% 이상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배추 파동 이후 과일 대신 배추를 심은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충남 예산의 한 농민은 “배추값이 작년 배추 파동 때만큼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남들 따라 수박밭을 배추밭으로 바꿨는데 값이 뚝 떨어져서 이대로 가면 밭을 갈아엎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소류 가격 하향세가 전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신선식품 중에서도 돼지고기(삼겹살 500g)나 닭고기, 우유의 경우 지난달보다는 가격이 낮아졌지만 평년보다는 여전히 23.4%, 53.5%, 13.3%씩 높은 상태다.
특히 최근 가공식품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어 서민 가계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동서식품은 1년10개월 만에 맥심 커피가격을 9.7% 인상했고, 해태제과도 이달 들어 오예스, 에이스 등 과자류의 출고가격을 8%가량 올렸다. 제분업계와 담배업계에서도 8% 수준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제 유가 고공행진 속에 정부는 하반기부터 중앙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한 상황이다. 지하철, 버스, 상·하수도 등 지방공공요금 인상도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문수정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