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재개 기대감 커가는데…中 돌출행보 ‘걸림돌’
입력 2011-04-24 21:56
북핵해법 ‘차이나 리스크’ 우려
6자회담 개최를 위한 ‘3단계 시나리오’(남북 비핵화회담→북미회담→6자회담)에 남북한과 미·중 등 관련 당사국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북핵 문제 해법 도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여기까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작용했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그리 편치만은 않다.
우선 중국이 6자회담 개최 자체에만 치중하면서 한·미가 가장 우려하는 ‘대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에 북한이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북한은 23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비망록을 통해 “(남측이) 갖가지 모략 날조된 사건까지 걸고들면서 대화를 기피하고 있다”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한·미가 6자회담 전제조건으로 내건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지난 11일 3단계 시나리오를 공론화시킨 것도 우리 정부가 원했던 일은 아니다. 물밑 접촉으로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할 일을 중국이 예고 없이 공개하면서 외려 북한의 강성 군부를 자극하는 형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건군절(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둔 24일 “지금 조선반도에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긴장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3단계론은 우리가 지난해 여름부터 공을 들인 우리 아이디어”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렇듯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한다며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모양새지만, 한·미와 사전 협의 없이 돌출적 행동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우다웨이 수석대표가 자처해서 방한하는 것 역시, 아직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사건 이후 긴급 방한한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고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 적도 있다. 당시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방한을 하루 전에 통보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본국에 돌아가서 우리와 일체 협의되지 않았던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물론 한반도에 냉기류가 흐르던 당시 분위기가 현 상황과는 크게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유일한 후원자’인 중국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담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올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우다웨이 방한과 같은 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방북,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2+2(외교·국방) 차관보급 회의 등 이번 주 한반도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