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떨리는 손… 혹 파킨슨병?

입력 2011-04-24 19:21


평소 술을 자주 먹는 영업사원 이모(48·서울 신림동)씨는 꽤 심각한 수준의 수전증(손 떨림증) 때문에 고민이다. 술자리에서 술 한 잔을 주고받기가 민망할 정도다. 심지어 불안하거나 긴장할 일도 없는 집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때도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려 하면 손이 떨린다.

이씨는 자신이 손을 떨게 될지 모른다는 의식을 할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곤 한다고 의사에게 털어놨다. 특히 음료수나 물을 마실 때, 섬세한 손의 움직임이 필요할 때, 서류나 칠판 등에 글씨를 쓸 때, 발표 시 레이저 빔으로 스크린을 비출 때 자기도 모르게 손을 떨곤 한다는 것.

그동안 병원도 여러 번 방문해 검사를 받아봤지만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알코올 중독증 환자의 경우 금주 시 금단 현상으로 수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지만 그는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일 뿐 중독 단계는 아니었다. 수전증과 함께 머리도 흔드는 진전증을 보이는 파킨슨병이 젊은 나이에 발병할 수도 있지만 뇌 영상 검사 결과, 이 역시 아니란 판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씨는 무엇 때문에 손을 떠는 것일까. 중앙대병원 신경과 신혜원 교수는 “아마 유전적으로 타고난 성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이른바 ‘본태성 수전증‘이다. 본태성이란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고, 가족들 가운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 ‘타고났다’는 뜻으로 쓰인다. 다시 말하면 유전적 성향의 가족력이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본태성 수전증은 앞에 예로 든 이씨와 같이 20대와 50대 사이의 연령층에 잘 생긴다. 손 떨림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띤다. 그러나 파킨슨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하진 않는다.

신 교수는 “본태성 수전증은 손을 안정된 상태로 가만히 두면 괜찮다가도 물 컵을 들거나 젓가락질을 하는 등 팔을 움직여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떨림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의 수전증은 대개 양 손 모두 나타나지만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손에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전증이 있을 때 제일 경계해야 하는 병은 파킨슨병이다. 발병 초기엔 손을 떠는 수전증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화 현상이 본격화되는 50세 이후 발생한 수전증은 반드시 파킨슨병에 의한 것이 아닌지 감별 진단하는 게 필수적이다.

만약 파킨슨병에 의해 수전증이 발생했다면 손이나 팔의 긴장을 풀고 안정된 자세에서도 손을 떨게 된다. 이를 파킨슨병에 의한 ‘안정 떨림’이라 하며, 반대로 팔을 움직이거나 들면 손 떨림이 감소하는 증상을 보인다.

수전증은 이밖에 다른 신경계 손상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우선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으로 소뇌나 뇌간이 손상됐을 때 수전증이 올 수 있다. 알코올에 의한 수전증도 알코올에 의한 소뇌 손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의 대사성 질환과 말초 신경병증이 있을 때도 수전증이 발생한다.

수전증이 나타났을 때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찾아가야 할 곳은 신경과다. 신경과 전문의는 문진 등의 기본적인 진찰만으로도 무엇 때문에 손을 떨게 됐는지 어느 정도 감별이 가능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의 대사성 질환이 의심될 때는 혈액검사, 파킨슨병이나 뇌종양 등이 의심될 때는 MRI 등의 뇌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수전증은 원인 질환을 제거하면 해결된다. 원인 불명의 본태성 수전증의 경우에도 프로프라놀롤 등의 베타 아드레날린 차단제 계통의 약물을 처방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