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 교육감 모교에 예산 퍼주기
입력 2011-04-24 17:28
광주시교육청이 장휘국 교육감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17억원을 지원하려 했다가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장 교육감이 직접 사과문을 내는 등 물의를 빚었다.
24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최근 추가경정예산에 12개 공립고교 교육환경 개선 시설비로 모두 45억7000만원을 편성, 시의회에 심의 의결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장 교육감 모교인 광주고에 배정된 예산은 17억1800만원으로 전체의 37.6%에 달했다. 주차장 지붕공사, 테니스장 펜스 설치, 냉·난방시설비, 화장실 보수비 등 지원사업도 다양했다. 나머지 11개 고교에 평균 2억5900만원이 배정된 것과 비교하면 6.6배나 많았다. 개교한 지 20년이 넘어 건물이 노후화된 사립학교(42곳) 지원예산이 전체 46억7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은 특히 광주고가 수년간 사용하지 않은 기숙사를 리모델링하는데 1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장 교육감은 취임전인 지난해 10월 자율형 사입고에 편성된 기숙사 공사비 전액 삭감을 요구했던만큼 형평성을 잃었다.
사립학교 지원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사태가 커지자 장 교육감이 진화에 나섰다. 장 교육감은 이날 대시민 사과문을 내고 “바쁜 일정과 업무 속에 방대한 예산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하다보니 모교에 다소 많게 느껴지는 예산이 편성됐다”며 “교육자로서 살아오면서 견지했던 철학이나 원칙과 다르게 비쳐지는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장 교육감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예산편성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고 세심한 자세로 교육감직을 수행하겠다”고 사과했다.
시의회 진선기 의원은 “시교육청은 무상급식와 무상교육비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올 예산에서 중점관리대상 건물인 C등급 건물 43곳 중 7곳에만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며 “이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교육감의 모교에 무더기 예산을 편성해 준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