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매력 강연한 이순재 “요즘 배우들 소품으로 밀려나 걱정”

입력 2011-04-24 17:58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돈키호테’가 오는 가을부터 지방 재공연에 들어간다. 전남 장흥(9월), 경북 칠곡(10월), 경남 사천(11월)에서도 ‘돈키호테’의 막이 오르는 것. 올 초 ‘돈키호테’에서 주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순재(78)를 재공연에서 볼 수 있을까. 그는 공연 당시 드라마 ‘욕망의 불꽃’ ‘마이 프린세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동시에 작업하는 강행군을 했었다.

지난 2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현재 일정을 조정 중이지만, 지방 공연에도 함께 하고 싶다. 지난 공연 때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해서 좀더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예술극장에서 일반인 관객들에게 연극의 매력에 대해 강연을 하고 나온 그는 “연극은 배우 예술이다. 공연의 얘깃거리도 중요하지만 어떤 배우가 나오느냐에 따라 확연이 달라지는 것이 연극이다. 하지만 요즘 자꾸 배우들이 연극에서 소품화되고 주변부로 밀려나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대학로에 널리 퍼진 ‘만원짜리 연극’이다. 그는 “요즘 동숭동에는 흥행을 위한 작품이 많다. 돈이야 잘 벌겠지만 행위자가 봤을 땐 아주 지루하다. 배우가 소품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 ‘늙은부부 이야기’를 공연할 때 처음에는 재미있고 손님도 많이 들고 좋았죠. 그 다음에 재공연을 하는데, 하기가 싫은 거에요. 회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게 나와야 하는데 그럴 내용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고전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1970년대에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공연했을 때 전체를 이해 못해서 2시간30분짜리를 2시간으로 줄였다. 여러 장면이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2000년대 다시 할 때는 전에 놓쳤던 부분이 보이면서 2시간30분 공연을 다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당부했다.

“이제 종편 채널이 생기는데, 그곳들마저 막장 드라마 만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막장 드라마는 작가와 방송국의 양심의 문제에요. 막장 드라마가 발붙지 못하도록, 기자들이 자꾸 비판하고 혼내야 합니다.”

글·사진=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