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에 놀라 10조각난 스페인 국왕컵
입력 2011-04-22 18:44
‘18년을 기다렸는데.’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18년 만에 거머쥔 국왕컵(코파 델레이) 우승트로피의 진품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FC바르셀로나를 1대0으로 꺾고 18년 만에 국왕컵을 안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21일 새벽(현지시간)까지 6만여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마드리드 시내 시벨레스 광장에서 광란의 우승 축하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선수단이 카퍼레이드를 하던 중 부주장인 세르히오 라모스가 퍼레이드에 동원된 버스 위에서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었다가 실수로 떨어뜨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무게 15㎏, 높이 78㎝인 트로피는 그대로 차량 오른쪽 앞바퀴에 빨려 들어갔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서둘러 멈추게 했지만 이미 트로피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긴급구조대원들은 바퀴 밑에서 10조각으로 부서진 우승 트로피를 부랴부랴 수거했다.
사고를 친 라모스는 트위터에 “내가 컵을 떨어뜨린 게 아니다. 팬들과 함께 하려고 컵이 흥분해서 뛰쳐나간 것”이라는 익살스러운 해명의 글을 남겼다.
올해 우승 트로피를 제작한 페데리코 알레그레 씨는 “현장에서 수습한 찌그러진 트로피와 떨어져 나간 조각들을 활용해 원래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을지는 한번 봐야한다”면서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지만 회복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복원작업이 끝날 때까지 복제품을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내 구단 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김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