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보상금 받아주겠다” 유족단체 대표가 사기
입력 2011-04-22 18:28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 보상금을 받게 해 주겠다며 15억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한 유족 단체 대표 양모(67·여)씨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각종 과거사 단체를 운영하면서 “소송이나 협상으로 보상금을 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변호인 선임비, 유족회 등록비 등 명목으로 3만여명으로부터 1인당 3만∼9만원씩 15억원을 챙긴 혐의다.
1명 모집에 2만원의 수당을 받은 모집책 36명은 강제동원과 무관한 지인까지 끌어모았고 일부는 “강제동원 희생자가 아니어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속여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인 명의만 빌려 회비를 대납한 뒤 보상금이 나오면 절반씩 나누기로 계약서를 작성한 모집책도 있었다.
양씨 등은 소송대행 단체명을 권익문제연구소, 청구권소송단, 희생자회 등으로 바꿔가며 돈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자문 변호사만 선임하고 대일 소송은 진행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양씨는 “과거에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적이 있고 희생자 유족들 나이가 워낙 많아 다시 소송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소송이 아닌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찰이 공모자라고 한 사람들은 나와 상의 없이 무자격자에게까지 돈을 걷었다”고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편취한 금액 중 계좌에 남은 1억5000만원에 대해 몰수·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