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실적 난제 수두룩”
입력 2011-04-22 18:18
교육계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2일 발표한 고교과정 ‘한국사 필수 이수’의 기본 취지에 대체적으로 공감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다른 선택과목과의 형평성 문제나 수업 시수 충돌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자긍심을 불어넣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 고교 과정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면 수능과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교육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혼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우리 아이들의 역사 의식이 상당히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시대에 우리 역사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사 필수화 방안이 다른 교과에 미치는 영향이나 수능 등에 반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교과과정상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심각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시험목적이 아닌 교육 자체에 의미를 두고 정책 영향을 평가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동훈찬 정책실장은 “한국사만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 지리 등 다른 사회 과목 등 교과 간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한지리학회 등 지리교육 관련 단체들은 최근 한국사만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해왔다. 그는 또 “특정 시기나 상황에 따라서 특정 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존재할 수는 있다”면서도 “교육과정 운영을 수시로 변경하는 것은 임기응변식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지정했다가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불거지자 갑자기 필수과목으로 바꾼 교과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역사교사모임 오세운 회장도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가 있을 때만 역사 교육 강화를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과부의 발표에 환영하지만 장기적인 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교육과정의 전체적인 틀이 고정돼 있어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도 수업 시간 자체를 늘릴 수는 없다”며 “국·영·수 중심의 교육이 계속되고 대학입시에 한국사 과목이 반영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역사 교육이 강화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