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텐진호 피랍 모면] 최은영 회장, 위기 때 빛난 리더십
입력 2011-04-22 18:19
최은영(49·사진)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 임원으로부터 한진텐진호와 통신이 두절됐다는 보고를 받은 건 지난 21일 새벽,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승용차 안이었다.
경남 거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만TEU급 컨테이너선 ‘한진차이나’ 명명식장에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텐진호 소식을 접한 최 회장은 곧바로 차를 돌려 서울 여의도 본사로 향했다. 비상상황실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오후 9시쯤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김밥과 샌드위치, 커피 등으로 상황실 직원들과 함께 점심 저녁을 때우며 상황을 지휘했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선원관리 자회사인 부산의 한진SM에도 상황실을 설치, 화상회의로 정보를 공유했다.
최 회장은 “너무 긴장하지 말라”며 임직원들에게 매뉴얼에 따라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선원들 안전에 최우선을 뒀던 그는 상황이 종료된 뒤에는 “선원들이 무사해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선장에게 꼭 전해 달라”고 류재혁 한진SM대표에게 당부했다. 최 회장은 22일 오전 일찍 본사로 출근해 전날 함께 고생한 임직원들에게 “수고했다”며 일일이 격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는 국토해양부 상황실을 직접 방문, 실·국장 및 직원들에게 “저희 때문에 정말 고생이 많았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 회장은 2006년 말 남편 조수호 전 회장이 타계하면서 이듬해부터 ‘주부’에서 ‘전문경영인’이 됐다. 올해로 5년차다.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해운업 불황으로 호된 경영수업을 받은 그는 하나씩 자신만의 경영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단력이 있는 성격에 유머감각이 많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그는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삶이란 박스에 어떤 꿈을 실어 어느 항구에 도달할지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꿈과 상상력을 가지고 설계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 회장에게 삶의 박스는 컨테이너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