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알아야 대응”… 日 역사왜곡·中 동북공정에 맞선다

입력 2011-04-22 21:18


정부가 고등학교 사회 교과목 중 한국사를 유일하게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이유는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과거사 분쟁과 맞물려 있다. 주변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자국 역사를 모르면 왜곡에 맞설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이배용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장은 22일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일제 강점기에 국사를 국어와 한 과목으로 묶어 비중을 낮추는 방법이 민족의식을 말살하는 데 쓰였다”며 “역사를 모르면 중국과 일본이 자국 입장에서 과거사를 주장할 때 대응할 논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기자회견 첫머리에서 일본이 지난달 말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담은 자국 중학교 검정 교과서를 심의에서 통과시킨 사례를 거론했다. 중국이 2000년대 들어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고 시도하는 동북공정도 한국사 교육 강화의 한 배경이다.

이 장관은 “국민의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역사교육 강화는 학생이 우리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영토수호 의지를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는 정부 권고에 따라 올해 전국 모든 고교에서 1학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제도상 선택과목이라는 한계 때문에 향후 학업 부담 등으로 수업에 편성하지 않는 학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명시했다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학생들은 한국사를 배웠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꼭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학생의 수능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기조에 따라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한국사가 중요하지만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면 입시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재미있게 배우는 데도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필답 고사에 반영하는 것은 계속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과부는 대학 입시에서 한국사를 반영하도록 권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체적 방안은 대교협 회장과 각 대학 총장, 시·도교육감,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교육협력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5급 공무원 공채시험 등 국가고시에서 한국사 반영을 강화하려는 것은 성인도 우리 역사 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 사법시험, 국회 9급과 법원 5급 시험 등은 한국사 소양을 평가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들 시험을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2013년 교원 임용시험 응시자부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을 제출토록 하는 방안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교사들이 한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고 있지 않으면 역사교육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검토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임세정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