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이는 숫자일 뿐!… 103세 美 현역 판사, 그는 여전히 뜨겁다
입력 2011-04-22 21:15
미국 중부 캔자스주 최대 도시인 위치토의 한 법정에는 매일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평일 오전 8시30분이면 변호사, 검사, 소송 당사자들이 엄숙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백발의 판사가 등장한다. 올해 103세의 웨슬리 브라운이다.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그는 한쪽 코에 튜브를 꽂은 채 산소를 공급받고 있지만 언제나 목소리를 가다듬고, 단호하게 외친다. “개정을 선언합니다.”
브라운 판사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최고령 연방판사다. 1907년 6월 22일생이지만 현직에서 형사재판을 맡고 있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받은 뒤 50년째. 그동안 거쳐 간 대통령만도 10명이다.
그는 이미 지난 1979년 월급은 받되 자신이 원할 경우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니어 판사’의 자리에 올랐으나 올 초까지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놀라운 열정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업무량을 다소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주말을 빼고는 매일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고령인 탓에 되도록 재판시간을 짧게 하고, 피고들이 증언할 때 잘 들리지 않으면 목소리를 높이거나 천천히 말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때로는 변호사나 검사에게 따끔한 호통을 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브라운 판사가 성실한 근무 태도로 후배 법조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내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즉시 알려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프로 의식이 강하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더 오래 일할지보다 얼마나 더 일을 잘 할 수 있을지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브라운 판사는 미 역사상 최고령 판사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1977년 104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근무했던 조셉 우드러프. 그는 “2년만 더 일해 우드러프의 기록을 깨고 싶다”고 NYT에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