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클린턴 전 美 대통령 성추문 탄핵 주도했던 거물, 본인이 ‘性 스캔들’ 주인공 돼 몰락

입력 2011-04-22 21:32

혼외관계 등 문제로 미 상원 조사를 받아온 존 엔자인(53·사진) 공화당 상원의원(네바다주)이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성추문 사건 때 탄핵을 주도하며 정치적 스타로 떠올랐으나 13년 후 불륜문제로 의원직을 떠나게 됐다.

엔자인 의원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나는 어떤 법이나 규칙, 상원 윤리 기준도 어기지 않았지만 내 가족과 지역구민이 더 이상 조사에 휘말리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엔자인은 상원 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22일 사퇴서를 제출한다.

엔자인은 선거캠프 참모이던 기혼 여성 신디아 햄턴과 혼외관계를 맺은 사실이 2009년 드러났고, 곧바로 당 정책위원장에서 물러났다. 그 뒤 햄턴의 남편이자 자신의 보좌관이던 더글러스 햄턴에게 취업을 알선하면서 ‘보좌관은 퇴직 후 1년간 기업을 위한 로비 일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혐의로 미 연방 법무부와 상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조사 과정에서 엔자인의 부모가 햄턴 부부에게 9만6000달러를 건넨 사실도 밝혀졌다. 엔자인은 이 돈은 선물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연방 법무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를 조사했으나 지난해 12월 구체적 설명 없이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원직 유지를 고집하던 엔자인이 흔들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미 상원 윤리위의 지난 2월 특별검사 임명이다. 엔자인의 사퇴는 상원 윤리위의 기소를 피하려는 목적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2선인 엔자인은 2012년 상원의원 선거에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엔자인은 2009년 혼외관계 사건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차기 대선 후보로 꼽혀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며 도덕성을 강조했고, 2004년 7월엔 상원 공식 석상에서 가족의 거룩함을 주장했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같은 당 동료 의원의 사퇴를 촉구한 적도 있다.

후임으로 딘 헬러 네바다주 하원의원(공화당)이 유력하다고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은 상원의원이 사퇴할 경우 대체로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고 주지사가 새 상원의원을 지명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