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배달부 목청킹’ 김승일씨 “4월 24일 첫 콘서트 행복”

입력 2011-04-22 18:31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에서 ‘야식배달부 목청킹’ 김승일(34·사진)씨를 만났다. 그는 SBS ‘스타킹’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기적의 목청킹’이 배출한 스타다. 방송에서 자신을 ‘야식배달부’라고 소개한 그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열창했다. 1996년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했으나 어머니의 투병 생활로 가세가 기울어 학교를 그만둔 후 나이트클럽 호객 행위, 옷 장사 등을 전전하다 지금은 수원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제 노래를 듣고 생명을 끊으려고 했던 사람이 다시 용기를 얻고 건강을 회복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동안 돈만 바라보며 사느라 남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 노래가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기쁘던지….”

배우 조재현, 가수 조영남 등 스타들도 그를 응원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영남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의 제안으로 오는 24일에는 문화의전당에서 첫 단독 공연 ‘내 생애 첫 번째 콘서트’를 연다.

“얼마 전에는 영국 ‘오디션 스타’ 폴 포츠로부터 다음달 5일 있을 내한 공연 무대에 특별 게스트로 서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왓 어 원더풀 월드’와 ‘지금 이 순간’을 부를 거예요.”

인기에 한껏 들떠 있을 법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이 깊었다. 현재 그는 8년째 해온 야식집 일을 공연 준비 때문에 쉬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제가 본격적으로 성악에 뛰어들 거라고 생각하시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네요. 학교를 그만둔 지 10년이 넘었어요. 나이도 서른이 넘었고요. 사람들의 응원은 감사하지만, 현재의 열풍에 마냥 휩쓸리는 게 왠지 조심스러워요.”

이런 말을 하며 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미간 사이로 깊은 주름이 생겼다. 심각한 얘기를 할 때면 나오는 버릇이란다.

모교인 한양대학교와 다른 사람들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런 말들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 성악은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건데,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책 없이 생계를 놓아버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현재 그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노래를 하고 싶다는 의지뿐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을 자퇴한 뒤엔 노래를 할 형편이 못 된다는 자격지심 때문에 노래방에도 거의 가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다시 노래를 부르게 돼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내 꿈은 ‘가늘고 길게’ 계속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