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한 구세군… 고난 순교 당신의 뜻 잊지 않겠습니다
입력 2011-04-22 18:00
100여년 전 복음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서 기후, 언어, 풍습, 음식 등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복음을 전하다 순직한 12명의 구세군 선교사들과 한국전쟁 중 교회와 성도들을 지키기 위해 피난을 마다하고 순교한 6명의 구세군 사관들의 아름다운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구세군대한본영(사령관 박만희)은 ‘정사일’(釘死日·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날)을 기념해 22일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에서 ‘순직 선교사 및 순교자를 위한 기도회’를 드렸다.
기도회에 참석한 구세군 사관 및 군우들은 예배를 드린 후 주님을 본받아 순직한 선교사와 국내 순교자들의 묘역을 둘러보고 헌화하면서 그들의 아름다운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기도회는 박종덕 사관의 기도와 홍봉식 사관의 순직 선교사 및 순교자 소개,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소개된 순직 선교사와 순교자들의 삶은 참석자들의 선교 열정을 일깨웠다. 1918년 한국에 온 윌리엄 리처드(1878∼1920) 사관은 당시 창궐하던 천연두를 치료하다 전염돼 42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국전쟁 중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메리 위도슨(1898∼1956) 사관은 암 투병 중에도 구세군 자선냄비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내가 죽어도 서러워 말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시길 부탁합니다. 오늘 나는 한국 땅에서 하나님을 위해 살게 됨을 무한한 기쁨으로 압니다”란 유언을 남길 정도로 한국을 사랑했다.
또 노영수 김삼석 강기모 김진하 박종섭 사관과 유영복 정교의 순교적인 삶 역시 편안한 신앙생활을 하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전을 주었다. 노영수(1897∼1950) 사관은 6·25전쟁 당시 공산군의 총 앞에서 “예수님을 위해 죽을지언정 무신론 집단인 공산주의자들을 찬양하고 양민을 기만할 수 없다”고 맞서다가 순교했다. 유영복(1914∼1950) 정교 역시 “예수가 누군데 내가 예수를 배반한단 말이오? 나는 사나 죽으나 예수 사람이오”라며 굴복하지 않아 순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차은옥(33) 사관학생은 “이들의 순교의 피가 있었기에 이 땅에 복음이 전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이 땅에 한 알의 밀알이 된 이들의 삶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한편 구세군은 기도회에 앞서 오전 10시 구세군서울제일영문에서 정사일 예배를 드렸다. 세 명의 설교자가 연속적으로 메시지를 선포하는 특별예배 형식으로 진행되는 정사일 예배는 1910년부터 드려지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