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뿌리 찾아 헤매다 돌아본 풍경… 양순열 10번째 개인전 ‘시간의 바다를 깨우다’

입력 2011-04-22 17:45


경북 의성 시골에서 자란 양순열(52)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구름을 만들고, 비를 내리게 하며, 하늘의 별을 따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린 소녀의 환상적인 꿈은 나중에 화가가 되어 붓으로 캔버스에 옮기는 것으로 소망을 이뤘다. 작가는 40여년 동안 마음 속에 간직해 온 인간의 꿈, 사랑, 행복, 존재, 경배, 욕망 등을 초현실적인 화풍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의 10번째 개인전이 서울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30일까지 열린다. ‘시간의 바다를 깨우다’라는 제목으로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술의 영역을 확장한 작품 30여점을 내놓았다.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대형 화면 위로 달리는 기차, 드레스를 입은 여인, 추억의 숲길 등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가로 4m짜리 대작 ‘시간의 바다‘사진’’가 눈길을 끈다.

“생의 뿌리, 영의 뿌리를 얼마나 찾았던가. 시간과 계절이 속절없이 달아나고 어린 소녀는 그 세월을 놓칠세라 더 속절없이 미친 듯이 달려온 것 같다.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가 될지언정 결심했다. 돌아본다. 아무 미련없이. 돌아봄이 시간의 바다를 깨우고 있었다. 이제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며 잠시나마 영혼을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만 보고 돌진하고 뒤는 돌아보지 않는 현대인의 삶을 비유한 설치작품 ‘백미러’, 묵언으로 애증을 대변하는 부성(父性)에 대해 얘기하는 ‘아버지의 의자’,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상징하는 ‘워커의 조국’, 거울 속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여성을 그린 ‘드림&러브’, 한지에 그린 야생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작가의 작업 진폭이 얼마나 넓은지 말해준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미술평론가)은 “한 화가가 각고의 노력 끝에 획득한 자기 고유의 표현양식을 떠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한 모험은 작가 스스로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절실함이 있을 때 평가받을 만한 일이고 창조적인 화가의 길이다. 양순열이 그 길을 가고 있다”고 평했다(02-738-073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