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쓰나미 앞에서 애견 구한 90세 위안부 할머니… 결국, 30m 파고도 피해 갔다

입력 2011-04-22 19:46


지난달 11일 일본 동북부에 강진이 발생하자 미야기현 오나가와시에 거주하던 할머니는 대피방송을 들었다. 주민센터 직원도 집에 찾아와 빨리 대피하라고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피할 수 없었다. 마리코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리코는 유일한 할머니의 벗인 강아지다.

집안 곳곳을 찾던 할머니는 마침내 강아지를 발견했다. 하지만 주민센터 직원이 말한 대피소엔 갈 수 없었다. 이미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어서였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안고 그길로 고지대에 있던 이웃집을 향해 맨발로 내달렸다. 올해 나이 90세.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할머니였지만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저지대에 있었던 1차 대피소는 쓰나미가 덮쳤다. 만약 할머니가 강아지를 찾지 않고 곧장 그곳으로 피했다면 사망했을 수도 있었다. 할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본 내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인 종군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 이야기다. 송 할머니는 18일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 방문단(단장 김종생 사무총장)과 도쿄에서 만나 전쟁만큼 무서웠던 쓰나미 얘기를 들려줬다.

송 할머니는 쓰나미에서 가까스로 탈출, 생사가 확인되지 않다가 지진 발생 일주일 후에야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최근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도쿄의 한 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했다. 집안 가재도구들은 한국 구세군에서 전달한 1000만원의 성금으로 마련했고 한교봉은 송 할머니 거처의 1년분 임대료와 생활비 등 150만엔(1980만원)을 전달하고 메밀베개 등 침구세트를 선물했다.

동행했던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송 할머니는 침구세트를 받고 기뻐했다”며 “노란 이불을 덮고 3시간가량 편안하게 잠을 잤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할머니는 교회가 전해준 성금과 선물을 받고 감격해 울었다”고 했다.

송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시절 고향인 충남 유성을 떠나 중국 상하이 위안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29년 전 남편과도 사별하고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힘써왔다. 일본 전역을 다니며 일제의 만행을 알렸고 10년 전부터 국내외 시민단체들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오기도 했다.

한편 한교봉은 센다이시를 방문, 다카시 요시다 센다이그리스도교연합 피해지원네트워크 대표 등과 만나 지원대책 등을 논의했다. 한교봉은 지난달 17일에도 일본을 방문, 일본기독교협의회(NCCJ)와 일본기독교단(UCCJ), 재일대한기독교회(KCCJ) 등에 지진 구호금 330만엔을 전달한 바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