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인권법안 17대 국회 전철 밟나

입력 2011-04-22 17:38

국회 상임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원회에 14개월째 발이 묶여 있는 북한인권법안이 또 다시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21일 열린 법사위는 법안의 자구(字句) 수정 등 법률 형식을 따지는 곳임에도 내용을 문제 삼은 민주당의 거부로 이번에도 북한인권법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한심한 노릇이다.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요, 동포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최악의 인권유린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그 개선을 촉구하고 유도하는 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국회라니 개탄을 넘어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2004년과 2006년에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미국과 일본은 물론 2003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개선 결의를 채택해 온 국제사회(유엔 인권이사회)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런 형편이라면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북한인권법안의 운명은 2005년 처음 발의됐으나 정략적 반대에 부닥쳐 논의조차 못한 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17대 국회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 아직 임기가 1년 정도 남아 있긴 하나 대선과 총선 등에 밀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다수 여당이면서도 법 제정 의지를 결여한 듯한 한나라당의 무책임도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의 반대가 워낙 완강한 탓이 크다.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이 ‘현실적으로 효과를 내기 어렵고 북한을 자극하기만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퇴행적이고 비겁한 논리다. 이상(理想)이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이상을 포기해야 하나? 또 나에게 주먹을 휘두를까봐 겁이 나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지 말아야 하나?

잘못된 논리에 앞서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인권문제를 아킬레스건으로 여기는 북한 정권 무조건 감싸기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 종북주의자 맞다”고 당당히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래서는 절대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 북한인권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정치권이 훗날 무슨 낯으로 북한 주민들을 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