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데이트] 서울패션위크 최다 주문 받은 디자이너 정혁서·배승연 부부
입력 2011-04-22 17:27
“일본은 지고 한국이 뜬다고들 합니다. 일본 제품 구입할 예산으로 한국 제품 구입하겠다는 바이어들도 꽤 많았습니다.”
‘스티브 J & 요니 P’의 디자이너 정혁서(34)씨와 배승연(33)씨. 부부 디자이너인 이들은 국내 패션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기대주로 꼽힌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서울패션위크에서도 가장 많은 주문을 받았다. 수주량은 21일 현재 22만 달러어치.
“지난 몇 시즌은 바이어들이 구경삼아 왔다고 털어놓더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예산을 확보해 왔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성공적인 수주의 비결로 “우리 옷은 시각적으로 즐겁다. 그래서 쉽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대학교 의상학과 동기인 두 사람은 2003년 함께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정씨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배씨는 런던패션대학에서 공부했다. 2006년 그곳에서 자신들의 영국식 이름을 따 브랜드를 런칭했고, 그해부터 2년 연속 제일모직이 유망주에게 주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받았다. 2008년 런던컬렉션에 진출했으며, 영국 패션칼럼니스트 율 데이비스가 선정한 ‘100인의 디자이너’에 들었다. 2007년 부산 프레타포르테를 시작으로 국내 컬렉션에 참가하던 이들은 2010년 완전 귀국했다. 국내디자이너들은 해외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해외에서 입지를 다진 뒤 귀국한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를 더 키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제조업이 더 잘 돼 있거든요.”
버버리 등 큰 브랜드는 자체 공장을 갖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신규 브랜드는 제조업체를 구하기 힘든 곳이 런던이란다. 이들은 귀국 후 실제로 브랜드 규모가 3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특히 한류바람 덕분에 아시아시장에선 자리 잡기가 외려 더 쉬웠다”고 말했다. 이들의 브랜드는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중동 등 1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뉴욕컨셉트코리아에도 참가해 뉴욕시장에서 본격적인 선을 보였다. 정씨는 “대기업과 국가의 지원을 잇달아 받았다”면서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급성장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배씨도 “패션 디자이너를 키우기 위한 한국의 노력에 해외에서도 놀라고 있다. 외국 디자이너들도 부러워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캠퍼스커플로 10여년을 온종일 같이 있으면서 작업하고 있다는 이들은 “지금은 생각이 비슷해진 것 같다”고 했다. 배씨는 “스티브의 일러스트와 좋은 감성이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했고, 정씨는 “요니가 아름다운 실루엣의 옷을 만드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이들은 한성대 연대 등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정씨는 “학생 때는 후회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하라”, 배씨는 “평생 직업을 가져야 하니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전하라”고 조언한다고.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