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외국인들 ‘엑소더스’… 하나, 외환銀 인수 갈수록 태산
입력 2011-04-21 22:21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금융지주가 잇따라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국계 투자자들이 잇따라 지분을 대량 매각하고 있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벌어졌던 ‘옵션 쇼크’로 자회사인 하나대투증권에 기관장 및 기관 징계가 통보된 것도 외환은행 인수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차명 인수 논란도 불거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였던 골드만삭스는 하나금융 보유 주식 1830만주(7.55%) 가운데 750만주(3.1%)를 이날 개장 전 대량매매(블록세일)로 해외 장기펀드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약 7.5%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하나금융의 외국계 투자자 ‘엑소더스’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최대주주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보유 지분 2038만주를 전량 매각,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3대 주주인 얼라이언스 번스틴도 지난해 말부터 지난 2월까지 약 425만주를,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캐피탈 리서치 앤드 매니지먼트컴퍼니(CRMC)도 지난해 말 약 180만주를 매각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철수 러시가 지속되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여건도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옵션 쇼크’로 기관장 문책징계 및 기관 경고를 통보받은 자회사 하나대투증권에 대한 제재 안건이 28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에서 확정될지가 관심이다. 이번 징계는 외환은행 인수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문제는 당시 하나대투가 입은 약 760억원의 재무적 손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대투에 대한 징계 자체는 외환은행 인수 심사에 영향이 없지만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은 금융지주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 인수 자격 평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면담한 것도 이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최근 외환은행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네덜란드계 투자은행인 ABN암로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타격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금감원은 외환은행에 “이번 인수 건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소홀,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점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