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200 터치… 외국인 잔치에 개미는 구경만

입력 2011-04-21 21:30


코스피 지수가 21일 전인미답의 2200 고지를 등정했다. 21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28.63포인트(1.32%) 오른 2198.54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20.73포인트(0.96%) 오르며 2190.64로 개장한 뒤 오전 11시20분쯤 2200을 돌파하면서 2211.36까지 치솟았다. 코스피가 2200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장중 2000선을 돌파한 이후 4개월8일 만이다. 특히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 직후 1880으로 폭락한 이후 300포인트가량 올랐다.

◇신기록 작성은 남의 집 잔치=인텔에 이어 애플, 퀄컴 등 미국 IT기업의 1분기 호실적에 고무된 외국인들이 883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견인했다. 하루 순매수 금액으로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대형 주식을 독식하는 바람에 증시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는 형국이다. 외국인들은 IT(1.38%)와 자동차(1.51%) 종목 외에 화학업종(5%)까지 쓸어 담으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값이 비싼 주식보다는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경우 이들 주식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신기록 체감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19.24%, 화학 14.76%, 운송장비 16.67% 비중을 차지한 점을 보더라도 개인들이 상승장의 기쁨을 맛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내린 종목은 447개로 오른 종목 수(375개)를 압도했다. 또 대형주 중심으로 오르면서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67포인트(0.5%) 내린 529.58로 장을 마쳤다.

대형 프로그램 기법을 동원한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매수에 개인들은 지수 상승만 멍하니 바라보는 형국이다. 이날도 개인들은 외국인과 달리 5928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상승국면 지속될까=이날 2200선 등정은 2008년 금융위기로 946까지 추락했던 점과 비교하면 132%나 반등한 셈이다.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 직후 1900선이 깨졌던 때부터 무려 3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모처럼 유가 하락세에다 남유럽 재정문제 등 악재가 걷히는 데다 한때 선진국 시장으로 빠져나갔던 투자자금이 다시 신흥국으로 유턴하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특히 최근 코스피 지수 급등세는 1분기 실적 외에도 IT와 자동차 반도체 업종의 2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지진여파에 따른 한국 수출주의 경쟁력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부장은 “코스피의 상승 탄력은 2∼3분기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4∼6월이 수출 성수기인데다 다음 달에 발표되는 4월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다만 환율 움직임에 따른 변동성이 걸림돌이라는 분석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증권은 “한국 기업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면서 “다만 아직은 원·달러 환율이 이런 기대에 우호적인 수준이지만 미국과 한국 간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환율에 영향을 줄 경우 코스피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