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자선단체 간부… ‘무한도전’이 기부한 장학금 수천만원 꿀꺽

입력 2011-04-21 18:36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기부한 장학금을 빼돌린 후원단체 간부들이 적발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1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기부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횡령)로 전국소년소녀가장돕기시민연합중앙회(전가연) 이모(50) 사무총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모(44) 이사 등 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8월 ‘무한도전’으로부터 3억300만원을 기부 받아 한부모 가정 학생 등 142명에게 150만∼4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 “돈이 잘못 지급됐다”며 100만∼300만원씩 7665만원을 돌려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다.

이씨 등은 돈을 쉽게 되돌려 받기 위해 주로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를 장학금 지급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돌려받은 돈을 간부들의 자녀 통장으로 나눠 입금한 뒤 사무국장 계좌로 보내 주식 등에 투자했다. 이씨는 2008년 1월부터 기부 받은 23억여원 중 7725만원을 자녀 결혼비용이나 친·인척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무한도전이 2009년 기부한 금액 중에서도 4000만원가량을 같은 방법으로 빼돌린 정황을 파악했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돈을 돌려준 뒤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줬다 되돌려 받은 것이라고 말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