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핏빛 역사’ 스포츠로 씻는다

입력 2011-04-21 18:34


중동의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40년 전 뮌헨올림픽 습격 사건으로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두 나라가 스포츠 당국 간 공조 강화를 다짐했다. 우선 지지부진한 양국 간 평화협상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평화의 초석이 될지 주목된다.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 지브릴 라주브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스포츠’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선수와 지도자들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밖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스라엘 측에 요청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올림픽위원회 에브라힘 징거 총장은 “스포츠 차원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징거 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대표팀을 초청해 2012년 런던 올림픽 준비를 돕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팔레스타인 측이 수용하길 바란다”며 빈말이 아님을 강조했다. 아울러 징거 총장은 “아랍권 국가들이 국제대회에서 더 이상 이스라엘을 회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두 나라는 다음달 12일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다시 만나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 하지만 두 나라가 스포츠에서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시도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뮌헨올림픽 때인 1972년 9월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을 습격해 11명을 살해하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스라엘은 이듬해 테러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팔레스타인 고위 간부 여러 명을 암살하는 복수를 감행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