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텐진호 극적 위기탈출] "종일 마음 졸였는데 다행"… 한진해운·선원·가족 표정
입력 2011-04-22 00:59
국내 대표 선사 한진해운 측은 21일 밤 한진텐진호 선원들의 안전이 확인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부 사무실에서는 환호성도 들렸다. 이날 오후만 해도 한진해운은 한국인 14명, 인도네시아인 6명 등 선원 20명의 피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한진해운 측은 이번 해적 피습사태 해결과 관련, “무엇보다 선원들의 신변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돼 기쁘다”면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부 당국과 해군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해적 출몰에 대비,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정기훈련을 실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사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선박에 마련한 선원피난처(시타델·Citadel)로 즉각 피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진해운의 선박운용 자회사 한진에스엠은 삼성중공업과 함께 신형 물대포 등 해적퇴치 통합 시스템도 개발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이날 새벽 한진텐진호와 연락이 두절된 뒤 즉각 김영민 사장 등 임원 10여명으로 서울 여의도 본사에 비상대책반을 꾸려 사태 수습에 주력했었다.
선원 가족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성으로는 드물게 3등 항해사로 한진텐진호에 탄 이진주(22)씨 가족은 피랍 가능성이 있다는 회사 측의 통보를 받고 가슴을 졸이다 이날 밤 9시10분쯤 이씨로부터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의 어머니 임혜정(49)씨는 “속 깊은 큰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종일 마음 졸였다”면서 “무사하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파나마 선적인 한진텐진호는 65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중대형 컨테이너선으로, 2007년 2월부터 아시아∼북유럽 노선에 투입됐다. 운송서비스 구간은 중국 상하이·닝보·얀티안, 대만 가오슝, 베트남 붕타우, 싱가포르, 스페인 알제시라스, 독일 함부르크, 네덜란드 로테르담, 프랑스 르와브르다. 현재 화물은 유럽에서 실은 잡화류이며 선박 상태에 문제가 없으면 싱가포르를 거쳐 부산으로 입항할 예정이다.
특히 한진텐진호에는 운항속도 변화에도 동일 연비를 유지하며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는 고효율 친환경 엔진이 장착됐다. 무게는 7만5000t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벌크선(건화물선) 등 일반 화물선보다 선체가 높고 운항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인도양은 소말리아 해적의 새 표적이 된 상황이다. 지난해 해적 위험 해역을 운항한 선박(280척)의 운항 횟수는 인도양이 1124회로 가장 많았고 아라비아해 1051회, 아덴만 435회였다.
최정욱 기자, 목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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