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텐진호 극적 위기탈출] 컨테이너船 내부 복잡… 해적들, 인질 확보못해 포기
입력 2011-04-21 22:11
한진텐진호 선원들이 21일 해적 공격의 위기를 넘긴 것은 시타델(Citadel)의 역할이 컸다. 시타델은 해적 공격에 대비한 선원 피난처로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식량과 식수가 구비돼 있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통신장비 등이 구비돼 있다.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방호벽은 기본이다.
선원 20명은 해적들의 위협이 있자 본사로 긴급구조 신호를 보낸 뒤 곧바로 이곳으로 피신했다. 경황이 없어 근거리 통신이 가능한 장비만 챙겨 가 본국과의 통신은 끊겼지만 안전한 이곳에서 선원들은 해적들의 위해를 피할 수 있었다.
해적들은 인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군과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던 연합함대의 압박을 받고 물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해적들은 선박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난 뒤 몸값을 요구하는 통신을 시도하고, 선원에게 배를 운항하게 한 뒤 본거지로 이동한다.
대형 컨테이너선인 한진텐진호가 일반 화물선과 달리 납치가 쉽지 않은 점도 해적들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는 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화물선과 달리 선원들이 시타델이 아니더라도 숨을 공간도 충분하다. 자체 무게만 7만5000t이고 6m짜리 컨테이너를 최대 6500개까지 실을 수 있다. 배 바닥에서 정상까지 높이가 24m다. 보통 항해 때 바닷물에 잠기는 부분이 10∼12m인 점을 고려하면 바닷물에서 배까지 높이가 12∼14m다. 또 최저 운항속도가 시속 33.3㎞로 일반 화물선보다 빠르다.
최영함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지 2시간 만인 오후 7시5분 청해부대원들은 한진텐진호에 안전하게 승선해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선상에서는 해적들이 쏜 것으로 보이는 AK소총 탄피 3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원들은 선상에 가득 쌓인 컨테이너 수색 작업을 하는 동시에 한진해운으로부터 선원대피소 위치를 파악한 뒤 선원 20명이 모두 안전한 것을 확인했다.
청해부대원들은 선원들을 안심시키고 최영함으로 이송했다. 선원들은 비상시 매뉴얼대로 신속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 소말리아 해적들이 각국의 강경 대응에 거칠게 대응하고 있는 점이다. 우리 해군 등 각국의 소탕작전을 계기로 인질을 더욱 거칠게 대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진압작전 대비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여러 분파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적인 보복을 단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만약 우리 선박이 납치됐다면 이는 돈을 노린 해적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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