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전 세계서 삼성 견제 커지고 있다”

입력 2011-04-22 02:01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애플의 삼성에 대한 스마트폰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 말문을 열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42층 집무실에 처음 출근한 이 회장은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애플의 소송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이자 스마트폰의 라이벌인 애플이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탭 시리즈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에 맞서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화학, 전지 등의 그룹 계열사가 각각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잘해왔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잘하면 잘할수록 당연히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므로 잘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 회장은 출근 소감에 대해선 “우리 회사에 왔는데 소감은 무슨…. 빌딩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며 “그룹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들었고,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상 깊은 보고를 받았느냐고 묻자 “회장이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된다”며 “비슷한 이야기를 자꾸 반복해서 듣는 것이 윗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늘 출근한 이유에 대해선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전 10시 사옥 본관으로 출근한 뒤 집무실에서 근무하다 낮 12시 옆 접견실에서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및 소속 팀장들과 점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1층 어린이집과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숍’을 둘러본 뒤 3시쯤 마이바흐 차량을 이용해 퇴근했다.

앞서 딜라이트로 이동하던 도중 “삼성이 위기냐”고 물은 데 대해 이 회장을 수행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회장님이 늘 위기를 강조하셨으니까 기자가 질문한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했으나 이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딜라이트로 입장했다.

그는 서초 사옥이 생긴 뒤 지난해 12월 1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때 사옥에 들러 수상자들에게 상을 준 적은 있으나 집무실에서 근무한 것은 처음이다.

대신 이 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이나 집무실 겸 외빈 접견실인 승지원에서 김순택 실장 등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해 왔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