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폐지’ 역대 중수부장들의 생각은?

입력 2011-04-21 21:38


“권력·재벌 부패척결 핵심도구를 왜 없애려 하나”

안강민(사법시험 8회) 전 서울지검장과 김종빈(사시 15회) 전 검찰총장, 박영수(사시 20회) 전 서울고검장, 이인규(사시 24회) 전 대검 중수부장 등 전직 중수부장 출신 변호사들은 21일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및 특별수사청 신설 방안에 한결같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6월 초까지 추가 논의해 합의안을 만들기로 했지만 과연 중수부 폐지가 바람직한지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 당시 중수부장이었던 안 전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지역이 국한되지만 중수부는 전국적 정보를 갖고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비리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며 “그런 중수부가 일반 국민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거악 척결’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는 중수부를 없애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특별수사청 신설 논의에 대해서도 “수사대상을 판검사로 제한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한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선진화지표를 근거로 중수부 폐지를 반대했다. 김 전 총장은 “우리 국민은 대부분 분야에서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 있다”며 “그런데 유독 정치 및 부패 수준만 낮게 생각해 선진국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경제 발전 못지않게 선진국으로 가는 데 중요한 지표가 부패척결인데 정치권이 핵심도구를 없애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직할 수사팀이 꼭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총장이 정치적 바람을 직접 막겠다는 뜻”이라며 “중수부의 수사대상이 거대 권력이나 재벌 등 우리 사회에서 접근하기 힘든 부분인 만큼 이를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SK그룹 및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수사를 지휘하며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린 박 전 고검장은 생각이 바뀐 경우다. 박 전 고검장은 “21세기기획단 시절 총장 직할부대인 중수부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 회의적 입장이었다”며 “그렇지만 막상 중수부장을 해보니 거악 척결을 위해서는 중수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절제된 수사권 행사를 통해 중수부만의 품격 있는 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특별수사청을 설치해 정치적 편향성을 없애자고 하는데 이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했던 이 전 부장은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수사기간 중 전직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던 이 전 부장은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자식이 부족하면 달래서 잘하도록 해야지 마음에 안 든다고 양자를 들일 수는 없는 노릇 ”이라며 특별수사청 설치에 반대했다. 부족한 점은 고치면 되지 아예 중수부 자체를 없애려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제훈 노석조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