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3월 수신고 3조 급증… 저축은행·농협·현대캐피탈 사태 ‘반사이익’
입력 2011-04-21 22:22
연초부터 잇따른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와 농협 전산장애, 현대캐피탈의 해킹 사고 등으로 인해 우체국 예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21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체국 예금 잔액은 지난달에 3조5837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월 3조7488억원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 수치다. 또 같은 기간 은행 신탁(1조2505억원), 증권사 예탁금(9093억원), 저축은행 예수금(6715억원), 자산운용사 수신(6105억원) 등 타 금융기관의 증가액보다 최소 3배 이상 많은 증가폭이다.
우체국 예금은 지난해 10월 6759억원 감소를 시작으로 월간 6000억원 안팎으로 감소세를 지속하다 지난 1월에는 1조6672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증가세로 전환한 뒤 지난달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달에도 19일 기준 우체국 예금 잔액이 56조3775억원을 기록, 지난달 말보다 1조7965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저축은행들의 잇단 영업정지 이후 저축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체국 예금에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영업 정지된 경우 원리금 5000만원까지만 지급이 보장되지만, 우체국은 정부가 법률에 따라 원리금 전액을 지급 보장해 안전성이 매우 높다. 실제 저축은행 예수금은 1∼2월 중 4조2159억원 줄었다.
여기에 농협 점포망의 70%를 차지하는 농어촌 지역 고객들이 전산마비 사태를 계기로 우체국으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우체국 점포는 농협의 5688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민은행의 배를 웃도는 2700여개에 달하며 이 중 약 55%가 농어촌 지역에 위치해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1월 말까지 수신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2월 지방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지면서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예금이 많이 늘었다”며 “농협 사태도 우체국 지방 점포의 예금 증가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