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청문회 이틀째… "거액 예금자들 영업정지 직전 수백억 빼냈다"

입력 2011-04-22 01:02

국회 정무위원회의 ‘저축은행 청문회’ 둘째날에도 저축은행 부실 및 영업정지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는 가려지지 않았다.

증인으로 출석한 저축은행 감사를 비롯한 경영진은 21일 대주주의 불법 행위 등에 대해 “몰랐다”고 잡아뗐고, 여야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4·27 재보선을 의식한 신경전을 벌이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18대 국회 들어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특정 현안을 다루기 위해 처음으로 열린 이번 청문회는 정치권과 금융당국, 저축은행 관계자 3자가 서로 ‘네 탓 공방’만 하다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일각에서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저축은행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타깃이 맞춰졌다. 민주당 신건 의원은 “영업이 정지된 부산저축은행 4개 지점에서 영업정지 되기 전 한 예금자가 140여억원을 한꺼번에 빼간 일이 있었다”면서 “초량동 본점의 경우에도 영업정지 이틀 전부터 총 620여억원이 인출됐다”고 말했다. 거액을 맡긴 예금자들이 저축은행 임원이나 금융당국 관계자 등으로부터 미리 영업정지 정보를 듣고 돈을 빼갔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이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고 3월 말 경찰 쪽에 (관련 자료를) 넘겨줬다”며 “철저히 조사해 검찰에 고발하고 제도 개선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저축은행이 2005년∼2010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 담보 설정비용 등으로 받은 수수료가 총 8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방만 경영을 지적했다. 배 의원은 “저축은행이 천문학적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착복 등 비위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의 계열화와 대형화를 방지할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저축은행을 평가하는) 종합적인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인석에 앉은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영태 삼화저축은행 감사는 “(사전에 대주주의 불법 행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서 “감사는 대출이 일어날 때 절차만을 총괄하기 때문에 대주주가 따로 (자금을) 사용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헌고 부산2저축은행 감사는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이 1차 책임이겠지만 2006년 만들어진 ‘8·8클럽’(고정이하 여신비율 8% 미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인 우량 저축은행) 제도 도입이 문제였다”고 책임을 금융당국에 돌리기도 했다.

여기에 핵심 증인인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건강상 이유 등으로 청문회에 불참하자 여야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지루한 논쟁을 이어갔다. 전날에 이어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저축은행들이 과거 정권에서 몸집을 키웠다고 주장한 반면 박선숙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현 정권의 부실 대책이 미흡했다고 맞섰다.

김아진 유성열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