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發 재정위기 1년… ‘스페인 뇌관’ 터질라, 유럽은 아직 긴장감

입력 2011-04-21 21:32


그리스 정부가 지난해 4월 23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한 지 1년이 됐다. 그리스발(發) 유럽 재정 위기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로 이어졌다. 현재 유로존 경제규모 5위인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신음 깊어지는 그리스=유로존 회원국과 IMF는 지난해 5월 그리스에 3년간 총 1100억 유로(약 173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공무원의 임금을 깎고, 연금액을 줄이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재정적자 규모는 축소됐지만 경기는 더 침체됐다.

2009년 -2.0%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4.5%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늘어났다. 지난 1월 실업률은 15.1%. 생활이 궁핍해지자 노동계가 들고 일어났다. 공공 및 민간 부문을 대표하는 양대 노총이 지난 1년간 벌인 동시 총 파업만도 모두 8차례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 실물경제학자들이 ‘그리스의 채무구조 조정이 늦어도 2년 안에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그리스는 디폴트를 막기 위해 EU에 정부 부채에 대한 상환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EU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일랜드·포르투갈 합류, 스페인은?=한때 ‘셀틱 타이거’로 불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아일랜드는 지난해 11월 EU와 IMF로부터 850억 유로(약 134조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포르투갈도 이달 초 방만한 국가경영으로 국고가 고갈돼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했다.

문제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국채 금리가 아직 5.6%로 ‘정상’ 수준에 있지만 만일 7%로 상승하면 유로존과 유로화 체계를 뿌리째 뒤흔들 수 있다. 경제 규모 때문이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액이 모두 합쳐 약 2750억 유로인데 스페인까지 손을 벌리게 되면 최소한 3500억 유로가 더 필요하게 된다. 이는 유럽금융안정기금의 실질 지원한도인 4400억 유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복지 축소와 실업, 유럽 극우정당 득세=지난 1년간 유럽 각국은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특히 연금과 복지수당 등 복지예산 축소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는 연금 수급연령을 늦췄고, 영국은 육아수당 지급을 부분적으로 중단하고 올 가을부터 대학 학비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이러다보니 민심은 흉흉해지고, 각국 집권 세력에 대한 지지율은 추락했다. 이를 틈 타 이민자나 외국인을 배척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선전했고, 네덜란드와 스웨덴에 이어 핀란드 총선에서도 반이민·반외국인·반유럽통합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인 ‘진짜 핀란드인’이 제3위 정당으로 약진했다.

사회적 투명성이 높고 소수 계층에 대한 관용이 정착된 북유럽 국가들의 보수화는 의미심장한 변화라고 AFP통신이 분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