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통체계 개편 얼마나 됐다고 또 하나

입력 2011-04-21 18:02

교통 4색 신호등 체계가 20일부터 3색 신호등으로 바뀌어 서울시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다. 기존 신호등은 ‘빨간색-노란색-녹색화살표-녹색’ 순으로 4색이었으나 새로 바뀐 것은 좌회전 전용 신호 3개가 따로 설치돼 총 6개의 신호가 있다. 지난해 1월 ‘좌회전 우선’에서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뀐 지 1년여 만에 일부 교통체계를 또 바꾼 것이다.

경찰은 교통 신호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 3색 신호등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엔은 1968년 국가 간 교통신호, 시설체계가 달라 국제 도로교통 안전에 문제가 되자 국가 간 교통신호, 교통표지, 노면표시의 통일성을 규정하는 빈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빈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교통체계 개편 역시 빈협약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제화에 발맞춰 도로교통 부문에서도 국제 표준에 맞추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신호체계 개편에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이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홍보가 이뤄졌어야 했다. 지난해 교통체계가 바뀐 뒤 혼란을 겪은 국민들은 이제 겨우 익숙해졌는데 이 시점에 또다시 교통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4색에서 3색 신호등으로 바꿀 요량이었으면 지난해 바꿀 때 함께 바꿨어야 옳았다.

경찰은 시범 지역 11곳 외 일반지역 신호등은 노후로 인해 교체 시기가 지난 곳부터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교통신호등 교체를 둘러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잦은 신호등 교체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번 기회에 투명한 관리가 요구된다. 경찰이 선정한 교통 선진화 5대 중점 과제 중 일부는 시스템 개편으로 완결된 것도 있으나 후진적 교통문화의 대표적 사례인 교차로 꼬리물기는 여전하다. 지·정체 시간대에 교차로에 전담 근무자를 지정해 집중관리를 한다고 하나 용두사미가 된 지 오래다. 많은 비용을 들이는 교통체계 개선도 중요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의식의 선진화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