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르치는 동화… ‘삼식이 뒤로 나가!’

입력 2011-04-21 17:41


삼식이 뒤로 나가!/글 선안나·그림 김병하/창비

인간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란 쉽지 않다. 콘크리트 숲에 갇혀 흙을 밟는 일조차 생소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게임이 자연보다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식이 뒤로 나가’는 호기심 많은 까마귀 ‘가욱이’와 말썽꾸러기 어린이 ‘삼식이’의 갈등과 화해를 3편의 이야기로 다룬 연작물이다. 의인동화가 범하기 쉬운 인간중심적이고 권선징악의 뻔한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첫 번째 이야기 ‘삼식이 뒤로 나가!’에서는 폐교 위기에 처한 초롱꽃 분교가 야생동물을 잡아 기르는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두 번째 ‘투명 까마귀’와 세 번째 ‘마법 열매 안내서’에서는 가욱이가 새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독이 든 콩을 주는 삼식이와 갈등을 겪고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 법을 다루고, 나아가 가욱이와 삼식이가 각자 입장에서 겪는 아픔과 고통을 조심스레 전한다.

1991년 한 일간지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며 등단한 선안나 작가가 까마귀와 어린이의 대결구도를 단순하지만 흥미진진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가욱이는 슬며시 날아가 삼식이 뒤통수를 콕 쪼았다. ‘아얏!’ 뒤통수를 문지르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삼식이를 선생님이 나무랐다. ‘삼식이 장난치지 마! 잠깐이라도 가만히 좀 못 있겠니?’”(42쪽)

저자는 익살맞고 순진한 까마귀와 현명한 올빼미 교장, 수다스러운 직박구리 빼옥이네 자매 등 실제 동물을 이미지에 잘 맞게 의인화하고 아이들의 처지를 잘 헤아리는 교사들의 성품을 따뜻하게 그리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특히 시골학교와 자연을 정감 있게 그린 김병하 작가의 그림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채워준다.

모든 문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베풀지 않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자존심을 지키는 방향으로 해결된다. 자연과 인간이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