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청문회] 전·현직 금융수장 "저축銀 영업 잘못" 하나같이 발뺌

입력 2011-04-21 01:36

국회 정무위원회의 ‘저축은행 청문회’ 첫날인 20일 증인으로 참석한 전·현직 경제정책 수장들은 영업정지 사태의 단초가 됐던 정책에 대한 지적이 있자 “당시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신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원인으로 꼽았다.

여야도 각각 전·현 정권에 책임을 떠넘겼다. 여당은 ‘8·8클럽(고정이하 여신비율 8% 미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인 우량 저축은행)’에 대한 동일업종 여신한도 확대 조치를 취한 노무현 정권에 화살을 겨눴고, 야당은 현 정권의 정책 실패와 감독 소홀에 방점을 찍었다.

◇전·현직 정책수장들 “내 탓 아니오”=청문회에는 이헌재·진념 전 경제부총리, 진동수·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으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현직들도 증인석에 앉았다. 하지만 이들 8명 중 누구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2006년 8·8클럽 조치를 만들 때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했던 윤 장관은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책의 잘잘못을 판단할 때) 지금 잣대로만 보면 정부나 감독당국이 새로운 정책을 선택하거나 변경할 때 참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2001년 도입한 저축은행의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그런 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제도 때문에 발생한 악순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도 “나는 상호저축은행 상호 변경을 검토하자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종창 전 원장은 “저축은행의 잘못된 영업전략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광우 전 위원장도 “건실한 경영이 이뤄졌다면 부실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여야는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 당국과 감독기관의 잘못이 더 크다고 몰아붙였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장관들의 ‘내가 있을 때는 그냥 넘기자’는 식의 태도가 만들어낸 금융 당국과 감독기관의 합작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네탓’ 공방=여야는 지난 1∼2월 저축은행 8곳이 줄줄이 문을 닫은 원인이 ‘어디에’ 있었나보다 ‘어느 정권’에 있었나에 초점을 맞춰 정치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 금융회사들의 예금보호 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일괄 상향 조정한 금융정책(2001년 1월)과 상호신용금고에 ‘은행’이란 명칭을 부여해 준 정책(2002년 3월) 등이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고승덕 의원은 “2006년 ‘8·8클럽’ 규제 완화 직전인 2005년 5조6000억원이었던 PF 대출이 2006년 말 11조3000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2007년 말 12조원을 돌파했다”며 “늘어난 저축은행 수신이 PF 대출로 갔고 이명박 정권은 폭탄을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부실 PF 대출을 방치한 이명박 정권 탓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조영택 의원은 “현 정부가 2008년 9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자율 인수·합병(M&A) 조치를 취하면서 철저한 지도·감독과 부실 대주주에 대한 책임추궁 없이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결국 정부의 대책 부실이 저축은행의 PF 대출 급증 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