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청문회] 늦게 나온 이헌재 “경제 책임자 부를땐 모양새 갖춰야”
입력 2011-04-21 01:31
잠적설까지 돌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20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나와 증인석에 앉았다. 한나라당은 이 전 부총리가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 저축은행 규제완화 정책을 집행했다며 증인 출석을 강력 요청했으나 이 전 부총리가 증인 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아 불출석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이 전 부총리가 오후 늦게 청문회장에 입장하자 “증인이 자진 출석했다. (한나라당은) 잠적했다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증인을 모독한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간사 이성헌 의원은 “이 전 부총리는 증인으로 채택되던 날, 왜 청문회에 나와야 되느냐고 의원들에게 항의했다. 증인 출두 요구서를 갖고 갔을 때는 문을 잠그고 나갔고 경비실에 일주일 후에 온다고 했다고 한다”며 “고의적으로 출석을 거부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이 전 부총리는 “청문회에 참석 안 한다고 의사 표현 한 적 없다. 다만 현직 금융·경제 책임자와 전직 책임자를 불러 증언을 들을 때는 그에 맞는 모양새가 갖춰져야 한다고 우 의원에게 통보했던 것”이라며 “저도 할 말 많지만 그 정도로 끝내 달라”고 시종 꼿꼿한 자세로 반박했다.
우 의원은 앞서 이 의원에게 “이 전 부총리를 까마득한 후배들만 있는 자리에 증인으로 같이 세우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늦게 오는 윤증현 장관과 함께 출석시키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에는 지난 10년간 저축은행의 정책·감독 업무를 담당했던 전·현직 금융 당국 수장들이 대거 나왔다. 하나같이 과거 자신들이 집행한 정책이 옳았다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전직 장관들의 금융학 개론을 듣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청문회를 통해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인데, 여기서 지금 강의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일부 증인은 불성실한 태도로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졸음을 이기지 못하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 “이제 다 졸았느냐. 북한은 언제든지 남한에 넘어오려고 하니까 보초 서는 사람이 제대로 막아야 한다”며 “그런데 보초가 조니까 저축은행 부실 같은 문제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의 부실한 자료 제출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국회법에 따르면 군사·외교·대북 관련 사항 외에는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관련자 징계 등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호통을 쳤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