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역외 거래 허브 각축전
입력 2011-04-20 18:39
중국 위안화 역외 거래 허브(hub) 자리를 놓고 홍콩과 싱가포르 간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발주자인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도 홍콩처럼 위안화 역외 거래를 시작하면서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도를 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싱가포르통화청(MAS)은 20일 중국 정부가 싱가포르에서 위안화 거래를 직접 할 수 있는 중국은행을 곧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위안화를 거래하려면 홍콩이나 중국 본토 상업은행을 통해야 가능하다.
도이치은행의 미르자 바이그 통화 투자전략가는 “싱가포르와 중국 본토 간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결제은행이 생기면 싱가포르는 더 이상 홍콩을 통해 위안화 거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날 전 총리인 고촉통 선임장관을 인용해 싱가포르가 홍콩과 위안화 역외거래 허브 자리를 다투기보다는 아시아 주변국과의 위안화 무역 결제를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가 직접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면 이는 위안화 거래를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중국의 대외 무역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1∼3월 중국 내 은행들이 대외 교역에서 처리한 금액은 3603억 위안(552억 달러)으로 이는 중국의 전체 무역에서 약 7%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4분기 3093억 위안(5.7%)보다 증가한 것이고, 전년도 동기(184억 위안)와 비교하면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무역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달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을 우려하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촉진을 위해 지난해 7월 홍콩에 위안화 첫 역외 거래를 허용한 바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