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前官’들 벽에 막힌 사법 개혁
입력 2011-04-20 22:14
사개특위, 중수부 폐지 등 핵심쟁점 6월 국회로 미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핵심 쟁점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사법개혁안 처리를 6월 임시국회로 넘겼다. 다만 변호사 전관예우 금지 등 변호사 관련 개혁안은 이달 말까지 처리키로 20일 합의했다.
중수부 수사권 폐지의 경우 검찰 소위원회가 전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사개특위안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인 경찰의 복종의무 조항 삭제 및 경찰의 수사 개시권 명문화도 사개특위안으로 잠정 확정됐다.
사개특위는 오전 8시부터 법원·검찰·변호사 소위원회에서 수렴한 사법개혁안을 보고받고 특위 위원들의 견해를 청취했다. 그러나 특위 위원들은 특별수사청 설치와 대법관 증원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소속 정당과 검사·판사 등 출신에 따라 찬반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판·검사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수청 설치는 한나라당 소속 검찰 출신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공수처는 물론 특수청도 설치하면 안 된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니 합의된 부분만 빨리 통과시켜 달라”며 “여야 간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을 갖고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같은 당 여상규 의원은 “수사 대상 선정의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특수청 설치를 반대했고, 검찰 소위가 합의한 중수부 폐지에 대해서도 “중수부가 권력형 비리 수사 등에서 순기능을 발휘해 왔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민주당 신건 의원은 “공수처가 불가능하면 특수청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맞섰고,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특수청을 반드시 설치해 검찰의 표적·편파수사를 견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물 들어올 때 배질하라고 했다”며 “개혁안이 싫다고 하는 검찰은 아직도 낮잠을 자고 있다. 개혁의 손길을 더 뻗쳐 검사장 자리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관 증원 문제는 법원 소위에서 대체로 합의에 이른 사안이었음에도 반대 또는 재검토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상고심에서 본안에 들어가기 전 사전심사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있으니 이 제도의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국회에 양형기준 동의를 받도록 한 양형기준법의 경우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은 “국회의 동의도 못 받겠다면 양형기준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질타했고, 판사 출신인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은 “판사에게 가장 중요한 권한은 양형권이다. 국회 동의 여부는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고 버텼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전날 서울남부지법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을 동물에 비유한 혐의로 기소된 개그맨 노정열씨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과 관련, “조 의원이 법원에 괘씸죄로 걸린 것 아니냐”며 양형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