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과당 경쟁이 저축銀 PF대란 부추겨”
입력 2011-04-20 21:46
‘5+2회동’ 무슨 얘기 나왔나
최근 경쟁적으로 카드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원인으로 지주사 간 카드 경쟁을 지목했다. 2002년에 이어 ‘카드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 18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만났던 ‘5+2’회의에서다. 일부는 김 위원장을 상대로 “금융당국의 규제가 잘못됐다”는 조언도 했다. 일종의 ‘자기반성’이자 속칭 금융권 ‘5대 천황’의 파워를 드러낸 자리였다.
“저축은행들이 카드사에 영업기반을 빼앗기자 부동산 PF로 눈길을 돌렸다. 이것이 ‘PF대란’의 원인이다.” “왜 B금융지주는 수익을 잘 내지 못하는 카드업을 강화하려 하느냐. 이러다간 PF대란에 이어 ‘카드대란’이 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대화에서는 부실PF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방안보다는 PF대란의 원인을 두고 금융지주 회장들의 강도 높은 발언이 오고갔다. 사실상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금융권의 영업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과 자기반성이 이어졌다. 또 금융현안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미숙한 대응 등 사실상 금융권 전 분야에 대해서 폭넓은 논의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행시 동기인 금감원장과 함께 금융현안 해결을 위해 새롭게 구상한 ‘5+2’회의의 진면목이 드러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 등을 통해 “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PF 사업장을 점검해 큰 어려움이 없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자 지주 회장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이날 회의는 초반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주제가 넓어지면서 점차 격의 없는 토론이 오갔다. 한 참석자는 “PF대란이 일어난 원인도, 가계부채가 폭증한 원인도 모두 카드경쟁 때문”이라며 “이러다가 ‘카드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카드론 같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면서 “기계에 카드를 집어넣으면 신용심사도 없이 500만원, 1000만원씩 나오는 나라도 역시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시간30여분간 난상토론 끝에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금융시장에서 핵심적인 몫을 하는 만큼 현안이 생기면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5대 금융지주 회장은 대통령과 대학교 동문이거나 현 정부의 경제 실세로 분류되는 인사가 대부분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