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색 신호등 시범 설치 첫날 거리 표정… “빨간 화살표 신호 헷갈려 사고 위험”

입력 2011-04-20 18:26

서울 세종로사거리 등 도심 11개 교차로에 20일 기존 4색 신호등 대신 3색 신호등이 시범 운영됐다. 운전자들이 바뀐 신호체계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범운영 첫날이니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새 신호체계에 따라 서울 도심 교차로의 직진 차로에는 ‘빨간색-노란색-녹색’의 3색 신호등이, 좌회전 차로에는 화살표 모양이 들어간 ‘빨간색-노란색-녹색’의 3색 신호등이 설치됐다.

세종로사거리 시청에서 교보문고 방면 도로에는 3개의 3색 신호등이 한 줄로 세워졌다. 좌회전 3색 신호등이 1개, 직진 3색 신호등이 2개였다.

좌회전 차선에서는 새로운 신호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 제때 출발하지 못하거나 정지신호에 출발하려는 운전자가 많았다. 한 운전자는 좌회전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 30초 정도 서 있다 뒤에 있는 차의 경적 소리를 들어야 했다. 다른 운전자는 직진 차로에는 주행을 의미하는 녹색 신호등이 켜지고, 좌회전 3색 신호등에는 정지인 빨간색 화살표가 들어온 상태에서 좌회전을 하려다 멈춰 직진을 하려는 뒤 차량 운전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운전자는 “직진 차로의 신호와 좌회전 차로의 신호가 달라 혼란스럽다”고 불평했다. 택시운전자 최모(50)씨는 “멀리서 보면 빨간색이라도 화살표에 불이 들어 와 있으니까 좌회전이 되는 줄 알고 (교차로에) 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박모(41)씨는 “화살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좌회전에 들어갔다가 후진하는 차를 봤다”며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의 홍보 부족과 세금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운전자는 “신호등 5만개 교체 비용이 850억원이라는데 이런 데 세금을 쓰는 모습을 보니 속이 터진다”고 비판했다.

반면 회사원 서형국(33)씨는 “선진국 체계로 간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보자”며 “새 신호체계가 교통 흐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송석준(28)씨는 “아직은 초기라 혼란스러울 뿐,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 편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경찰은 “교체 비용이 850억원이라는 것은 일부 언론의 잘못된 추산으로 나온 액수”라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신호등을 3색 신호등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 신호등과 새로 세워지는 신호등에 한해 3색 신호등으로 설치할 계획”이라며 “올해 신호등 교체 비용은 모두 111억원인데, 예산만 놓고 보면 비용은 오히려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진삼열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