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한국’ 10개국서 열매… ‘해외지원사업’ 폭발적 반응
입력 2011-04-20 18:16
아프리카에서 남미까지 ‘농업 한국’ 바람이 거세다.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각종 인프라를 지원하는 해외농업기술지원센터(KOPIA) 사업이 각국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KOPIA 사업은 농업 무상원조(ODA)로 불린다. 기술과 농업자원 분야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우리 청년 농업인재를 파견하기도 한다.
20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 시작한 KOPIA 사업은 불과 2년 만에 케냐 미얀마 필리핀 캄보디아 브라질 등 10개국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5개국을 추가로 선정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관련 예산을 지난해 39억원에서 올해 64억원으로 늘렸다.
이미 16개 나라에서 신청이 쇄도했다. 농촌진흥청은 KOPIA 설립이 확정된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4개국을 선정하기 위해 다음달 20일까지 현장실사를 한다.
KOPIA 사업의 출발은 파라과이였다. 2008년 6월 1일 당시 당선자 신분이던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는 일정도 아니고 오직 한국에 오기 위해 왕복 50시간이 걸리는 여정을 감수했다. 5일 동안 머문 루고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경기도 수원에 있는 농진청을 콕 찍어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농업기술 전수, 농업분야 협력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듬해 3월 파라과이에 첫 KOPIA가 세워졌다. 파라과이 산간지방에서 자라는 스테비아(천연 감미료 원료로 쓰이는 식물)를 대량 재배·생산하는 기술을 공동개발하면서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참깨 감자 양파 등 경제작물 재배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정부는 단기간에 엄청난 호응을 얻는 이유로 베트남 사례를 든다. 베트남은 KOPIA 사업의 우등생이다. 베트남 하노이와 하이즈엉에서는 사탕수수, 카사바, 단수수, 자트로파 등 바이오작물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는 식물성 알코올과 바이오디젤 원료가 되는 식물자원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11월에는 양국 음식문화 축제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추 고추 배추 등 11개 한국 채소품종을 키우는 시범마을까지 만들었다.
농진청 국외농업기술팀 전희 연구관은 “프랑스나 일본의 경우 각각 아프리카, 중남미·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농업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국 농업기술·인프라를 전수하는 데 그친다”며 “우리의 경우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독특한 협력모델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